안녕하세요. 햄티제입니다.
MBTI 글에서는 INTP 남자가 이지적일 것 같고 쿨워터 향이 날 것만 같지만 실제로 만나보면 그렇지 않을 확률이 높고, 확 끌리는 매력을 바로 발견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오늘은 INTP남자와의 첫 만남에 대해서 한번 얘기해 보려고 합니다.(긴글주의)
그 남자의 잔잔한 매력
INTP 남자는 옷을 못 입는다?
우리는 알게 된 지 일주일 만에 약속을 잡고 만나게 되었습니다. 가을이었고 처음 만나는 자리니 뭔가 예쁜 스웨터나 남방 같은걸 입고 오지 않을까 했어요. 저도 뭘 입을까 엄청 고민하며 골라 입고 나갔고요.
그렇게 생각하고 합정역에서 만났는데, 집에서 동네 마실 나온 것처럼 그냥 까만 티에 얇은 가디건을 입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신경을 안 쓰고 나왔나?'생각했는데 결혼하고 나서 그때 왜 그렇게 입고 온 거냐고 물어보니, 그게 신경 써서 입고 온 거라고 말하더라고요?
제가 지켜봐 온 결과 남편은 옷에 관심이 그다지 없어요. 심지어 예전에는 패션센스가 꽤나 독특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일단 INTP남편은 옷을 잘 안 삽니다. 결혼하고 나서 이건 무슨 옷이야? 물어보면 아 그건 몇 년 전에 누가 사준 옷이야. 근데 죄다 좀 이상합니다. 빨간색 옷도 있고.. 주황색 옷도 있고... 심지어 후드티도 목부분이 모양이 남달라요.(지퍼가 이상하게 달려있거나)
다행히 사귀고나서부터는 그 옷들을 입고 밖에 나가지는 않게 되었어요. 그래서 저는 사귀면서 생일이나 기념일에 가디건이나 옷을 몇 번 선물했습니다.
알고 보니 순수한 남자..?
카톡으로는 말이 참 많고 좀 어설프지만 나름의 재미가 있었어요. 실제로 만나보니 행동들이 뭔가 어설프고 귀여운데, 어딘가 허술한 순수 보이였습니다.
첫 만남에 합정에 있는 시카고 피자에 갔었는데, 첫 만남이라 잘 보이고 싶었는지 메뉴를 같이 정한 뒤 성큼성큼 주문대에 가서 먼저 주문을 하고 결제까지 하고 왔어요. 음료수도 직접 가지고 와서 저한테 곧잘 따라주고요. 그때까지는 그런가 보다 했는데 음식이 나오고 나서 그는 점점 긴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식사 내내 포크 두 번, 나이프 한 번을 떨어트려서 직원이 계속 가져다줬는데 나중엔 저희 테이블을 주시하고 있더라고요. 누가 봐도 처음 만난 자리나 소개팅하는 사람들로 보였을 거예요. 본인은 민망했을지 모르나 저는 순수한 사람을 좋아해서 그 점이 꽤나 귀여웠습니다.
은근히 고집이 있는 남자
저는 제가 원래 리드하는 것도 좋아하고, 데이트 계획을 먼저 짜서 이건 어때 저건 어때 묻는 스타일입니다.(주도적인 ESTJ성격) 근데 처음 만났으면 원래 남자들은 리드도 하고 싶고 그렇잖아요? 그 당시 이 남자, 본인이 그런 성격이 아님에도 첫 만남이라 리드도 하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한 것 같은데, 아무리 걸어도 그가 찾아온 피자 집은 나오지 않았습니다.(추워..)
쌀쌀한 가을 날씨에 치마를 입고 간 저는 급속도로 냉각되기 시작..(아마 식은땀 좀 흘렸을 듯) 같은 자리를 몇 바퀴째 돌았고 저는 급격히 지치고 배가 고팠는데, 결국 다른 피자집으로 가게 되었어요. 결단을 내리기보다 본인이 찾았던 그 집을 꼭 찾겠다는 그의 불굴의 의지로 분위기는 점점 차게 식어가고 있었습니다. 아무튼 우리는 더 뻘쭘해진 상태로 피자집으로 가게 되었죠.
창과 방패의 만남
사실은 저도 처음에 만나면 낯을 많이 가려서 말을 잘 못하긴 하는데, 대화만 끝나면 저를 계속 뚫어지게 쳐다보더라고요. 그럼 저는 '왜 그렇게 보세요?!' '왜요' '왜요?'라고 묻고.
창과 방패의 만남인가..?
저희는 그렇게 피자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카페에 갔어요. 커피집에서 커피를 마셨고, 점점 파할 무렵, 갑자기 맥주를 마시자고 하더라고요. 아마 분위기를 풀고 싶어 하는 것 같았고 더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것 같았지만 저는 별로 가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어색한 게 싫었던 저는 그의 맥주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저 맥주 안 좋아해요. 다음에 친해지면 먹어요.’ 라고.
데려다 드릴게요 vs 아니요, 괜찮아요.
그렇게 시간을 함께 보내고 이제 헤어지는데 이 남자가 집에 데려다준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저는 집에라도 혼자 편하게 가고 싶었어요. 또 그렇게 창과 방패의 싸움이 시작됩니다.
데려다 드릴게요 vs 아니요. 괜찮아요. 혼자 갈게요.
데려다 드릴게요 vs 아니요. 괜찮아요. 혼자 갈게요.
데려다 드릴게요 vs 아니요. 괜찮아요. 혼자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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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혹시 이 인간 눈치가 없는 게 아닐까 싶었는데.. 제가 본인 마음에 들어서 뚝딱거리기도 하고 눈치 없이 고집도 부리고 그랬던 거겠죠? 하지만 살아보니 이 인간이 저를 많이 사랑해주기도 하지만 가끔 눈치도 좀 없는 게 맞았다는 게 제 결론입니다.
INTP남자분을 만나게 되는 분들, 처음부터 기대하지는 말고 옆에서 지켜봐주세요. 왜냐하면 그들은 잔잔하거든요. 그리고 지금 그 남자가 나중엔 인생에 조금씩 스며들다가 결국엔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될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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